[집코노미]"현금·가점 부자 많다"…강남 분양 줄줄이 재개

입력 2018-11-16 08:56   수정 2018-11-16 09:13

강남권 재건축 조합 연내분양 '박차'
'래미안리더스원' 흥행에 수요층 확인




이달 공급된 서울 강남 신규 분양 아파트 ‘래미안리더스원(서초우성1차)’이 성공적으로 분양되자 강남권 재건축조합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지난 3월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공급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 ‘래미안리더스원’ 역시 당초 올해 4월 분양을 계획했으나 재건축 조합과 HUG 간 분양가 합의가 지연돼 일정이 7개월 가량 연기됐다. 일부 조합은 HUG와 분양가 조율이 안될 경우 후분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래미안리더스원’이 시장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 보증을 받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자 나머지 사업장도 일정을 구체화 하는 등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호가든3차·상아2차 연내 분양 움직임

1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후분양까지 검토됐던 강남 재건축 사업장들이 다음달 부터 줄줄이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먼저 현대건설이 짓는 ‘디에이치반포(삼호가든3차)’가 12월 공급을 준비 중이다. 당초 올해 상반기 분양을 계획했던 이 단지는 8월, 11월로 일정을 두차례 연기하면서 내년 분양 가능성까지 검토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정이 많이 미뤄진 만큼 다른 변수가 없다면 12월에는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공급된다면 올해 마지막 강남 재건축 분양이 될 공산이 크다.

‘래미안상아2차(상아2차)'도 연내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내 분양 가능성이 50% 정도 된다"며 "분양가 협의, 옵션 선택 등 조합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 중 분양을 계획했으나 HUG와의 조율이 어려워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됐던 단지다.

분양 일정 및 분양 가격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던 다른 재건축 조합들도 ‘래미안리더스원’이 성공하자 분양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조합에서도 후분양을 할 게 아니라면 이제는 속도를 내야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눈치보던 단지들도 앞으로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짓는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는 분양 일정을 내년 1월로 잡았다. '개포그랑자이' '방배경남'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들 역시 늦어도 내년 초에는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일원대우'를 재건축해 짓는 단지는 내년 4월로 분양 일정을 조정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난해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한 곳까지는 분양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결국 분양가에 대해 조합과 HUG의 합의가 이뤄지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높은 분양가·청약 결과에 ‘기대감’ ↑

후분양까지 고려하던 강남 재건축 분양이 탄력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래미안리더스원' 분양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서다. '래미안리더스원'은 3.3㎡ 당 평균 4484만원에 공급됐다. 당초 재건축 조합이 주장한 4600만원 보다는 낮지만 조합에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서초우성1차 조합은 "정부 정책 등 변수가 많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시간을 지체하면 여타 비용만 더 들 것 같다는 판단 하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분양가는 시장이 예상한 분양가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분양업계는 HUG가 이 단지 분양가를 '신반포센트럴자이(3.3㎡ 당 4250만원)' 수준으로 규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서초우성1차(래미안리더스원)' 분양가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더라"며 "일반적으로 3.3㎡ 당 4900만원 정도던데 어떻게 분양 보증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 당 가격이 면적 별로 달라 가장 높은 전용 59㎡는 5000만원을 웃돈다.

'래미안리더스원'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일반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로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내자 다른 재건축 사업장도 기대가 생겼다. 또다른 조합원은 "지금까지 '신반포센트럴자이'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래미안리더스원' 분양가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HUG와의 분양가 합의가 이전보다 한층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청약 제도 변경, 강남은 영향 없을 것”

1순위 청약에 1만개 가까운 통장이 몰릴 정도로 현금 부자가 많다는 점도 남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래미안리더스원'은 232가구 모집에 9671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41.69대 1을 기록했다. 중소형 중에서는 전용 59A㎡가 422.25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냈다. 전용 84㎡ 이하여서 무주택자 중 가점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평형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모두 청약이 가능했던 대형 평형 가운데는 전용 114A㎡가 153.3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11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전 분양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로 사실상 1주택자들이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외에 74A㎡와 74B㎡는 각각 73.25대 1과 88대 1의 경쟁률을 냈다. 1가구씩만 공급하는 전용 178㎡(51대 1), 205㎡(19대 1), 238㎡(17대 1)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데도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온 걸 보면 10억원 안팎의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무주택자가 아직 많다는 의미"라며 "향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1주택자 청약이 어려워지더라도 강남 재건축 청약 열기는 변함없이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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